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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개발자로 괜찮은가 - '이력서' 편

  이력서는 언제 쓰게 되는 걸까? 아주 일반적으로. 신입(학생)의 경우 대학을 졸업할 즈음 취업하고 싶은 회사로 지원하기 위해 작성하고, 경력(회사원)의 경우 이직을 마음먹고 가고자 하는 회사가 뚜렷하게 결정이 되면 그때 작성하게 되는 것 같다. 회사마다 정해진 형식이 있는 곳이라면 그 형식에 맞추어 작성하고 그렇지 않다면 나만의 기준에 맞추어 작성하게 되는 ‘이력서’.

 회사에 입사하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이직을 생각하기 전까지는 ‘이력서’라는 존재를 자칫 잊어버리기 쉽다. 또한 구태여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써야 한다는 마음조차 잘 들지 않는다. 실제로 텅 빈 책상 앞에 앉아 하얀 A4지와 펜 한 자루만 가지고 써봐야지 하고 시작하면 내가 이제까지 뭘 해왔나 하며 잘 써지지 않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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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에 뭘 써야 할까.
출처 : https://epsem.tistory.com/243

 그런 개발자로 괜찮은가 시리즈인 이번 포스팅에서는 개발자에게 있어 ‘이력서’란 무엇이고 언제, 왜 그리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정보의 바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기술의 변화를 IT 최전방에서 온몸으로 맞서 싸우는 우리 개발자들에게 ‘회사’보다는 ‘나 자신’을 위해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기 앞서, 본 포스팅은 이직을 권유하는 내용은 절대 아님을 밝힌다. 오히려 이력서 작성을 통해 현재의 직장에서 본인에게 더욱 집중하고 회사와 함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발자에게 이력서란?

 우선 이력서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를 먼저 살펴보자. 위키백과에 따르면 “취직을 위한 면접의 기회를 얻기 위해 회사 등 조직에 제출하는 개인의 신상정보, 학력, 경력 등을 시간 순으로 요약 혹은 나열한 문서"라 나와있다. 여기에 추가로 우리 개발자들은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특정한 ‘경험’을 적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 가치에 대해 어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내 정보’를 잘 요약해서 취업하고자 하는 ‘회사’에 전달하는 수단으로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즉, 누군가에게 본인을 정보(혹은 실력)를 정리해서 알리는 수단 중에 하나로 볼 수 있는데, 과연 이 이력서에는 ‘알린다’라는 의미만 담겨있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이력서의 정의는 ‘나를 알리는 수단’ 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거울’이라 생각한다. 특히 개발자에게는 더욱더. 무엇을 개발해왔고 어떤 기술을 써 왔으며 어떤 경험이 있는지 어느 곳에 작성을 하지 않으면 더듬더듬 기억으로 나 자신을 알기엔 요즘은 봐야 할 정보가 많은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왜 써야 할까?

 앞서 이력서를 ‘나를 가장 잘 아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거울을 보고 얼굴에 뭐가 묻었으면 닦거나 옷차림이 별로라면 고쳐보는 등 ‘거울’은 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도구 중에 가장 좋은 물건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력서는 단순하게 ‘Java 개발 N 연차’ 가 아닌 그동안 무엇을 해왔고 어떤 경험과 기술을 사용해 왔는지 정리를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 생각한다.

 개발자 생활(정확히 말하면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개인 사업을 제외하고 회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의 목표를 위해 자의적이 아닌 타의적으로 임무를 할당받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면 소위 말하는 ‘찍어내기식 개발’을 하는 경우도 많고, 문제를 만날 경우 다양한 삽질로 해결은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일정에 치여 넘어가는 경우들도 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연말이 되어 한 해를 돌아보면 업무를 일정에 맞추어 진행하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정작 본인에게 남은 건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생긴 거북목과 점점 짙어져가는 다크서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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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되지?
출처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4533074

 이력서를 써야 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자면, 첫 번째로는 나를 알리는 수단(Personal branding)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잘 정리한 자신의 이력서를 공개해놓으면 취업의 기회가 생길 수도 있고 인적 네트워킹이 되어 생각하지 못한 ‘기회’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앞서 이야기 한 ‘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함’이다. 멀리 가려면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력서를 쓰다 보면 무엇을 해냈고, 어떤 걸 할 수 있고, 그런데 무엇이 부족한지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팩트’로 볼 수 있기에 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이력서를 써봐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언제 써야 할까?

 신입이든 경력이든 연차를 막론하고 이력서를 써야 하는 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어느 회사에 취업을 할 경우는 당연히 써야 하는 것이니 제외하고 이야기를 해보자. 우선 어떠한 업무를 진행했거나 도전을 하고서 ‘마무리가 되었을 시점’이 있을 것 같다. 그때면 보통 그간 고생했으니 좀 쉬자!라는 마인드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자신이 알게 모르게 배웠던 지식들이나 성과들에 대해 가장 최신의 기억이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작성을 하는 것보다 더 신선하고 뚜렷한 내용들이 이력서에 작성될 수 있는 좋은 시점이다.

 다음으로는 자신이 정한 기간에 맞추어 주기적으로 작성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위에서 이야기했던 어떠한 이벤트가 있을 때 작성한다는 시점과는 별도로 분기 혹은 반기 즈음으로 자신만의 기간을 정하고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돌이켜 보는 것이다. 이력서에 작성할 내용이 많은 시점도 있겠지만 그 반대로 작성할 내용이 없는 경우가 생겨날 것이다. 꼭 이력서에 계속 추가를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자칫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기에 자신이 세웠던 목표를 다잡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어떻게 써야 할까?

 문서를 작성하는 목적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가장 큰 것 같다. 이력서도 마찬가지. 누군가에게 나의 이력을 보여주는 (혹은 훗날 자신이 다시 보게 될) 문서인 만큼 열심히 쓰는 것도 좋지만 ‘잘’써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쓸 수 있을까?

 필자는 이력서를 잘 쓰는 방법 중에 가장 중요한 건 ‘심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고 주절주절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 정말 중요한 꼭지(Point)를 찾고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구성이 필요하다. 우선 자신을 알리는즉, 이 이력서를 보게 되는 사람에게 가벼운 인사말과 나 자신을 소개하는 몇 가지 포인트로 서두를 구성한다.

 그다음으로는 크게 ‘업무 경험’(Work Experience)과 ‘업무 외 경험’(Other Experience) 그리고 사용할 수 있는 ‘기술’(Skill)의 항목을 기준으로 정리해 나가보자.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가급적 수치와 참고 링크를 걸어두는 걸 추천해본다. 개발자는 코드로 말하는 직업이다. 나아가서 그 코드들은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로 이야기가 되는 것이 아닌 각 소프트웨어만의 고유 수치가 나오기 마련이기에 이러한 부분들을 적어주면 보다 신뢰감이 증가할 것 같다. 물론 가장 좋은 건 문서를 읽는 흐름상 도표 혹은 이미지를 첨부하는 게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개발자의 이력서엔 어울리지 않는 모습 같다고 생각이 든다. (정답은 없지만 막상 넣어보니 난잡해 보였다;;)

 이력서 포맷에 관련된 내용은 필자보다 다른 분들의 아티클이 훨씬 정리가 잘 되어 있기에 링크로 대체해본다. 일반 문서파일로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외부 호스팅을 이용해 공개할 범위를 적절히 정해서 url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아 보였다. 그렇게 하면 모르는 사람에게도 공개한다는 부분이 오히려 자극으로 다가와서 더 잘 써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쓰는 이유와 동일.) 그런 의미에서 필자의 이력서도 스무스하게 공개를 해본다.

마치며

 2021년 새해가 밝고 올해는 00을 해 내야지! 하며 호기롭게 다짐을 한 게 어제 같은데 정신 차려보니 벌써 2월이다. (12월이 아닌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에 안주하고 매너리즘에 빠질 때 즈음 오래 묵혀둔 이력서를 다시 꺼내들어보자. ‘아~ 그땐 그랬지!‘하며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한 게 아무것도 없네…‘하며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필자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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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요 권 사원.
출처 : http://news.tf.co.kr/read/life/1131950.htm

 이력서를 다시 써보며 나 자신이 개발자로써 혹은 회사원으로써 잘 성장하고 있는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찾아보자. 회사를 위해 미친 듯이 야근하며 열심히 달려왔지만 돌아보면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달린 적이 있던가. 나 자신이 성장을 해야 팀이 성장하고, 나아가 비즈니스가 성공하여 결국 회사 또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이력서를 나를 돌아보는 도구로 활용하며 보다 더 나 자신을 위해 힘쓰는 시간들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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