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무거운 2019 회고
“회고"는 비단 개발 블로그 뿐만 아니라 어떠한 과정의 마지막에는 꼭 해야할 중요한 시간인 것 같다. 앞만보고 달려가자! 닥공! 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이 말이 성립되기 위해선 지난 과거에 대한 정리와 반성 그리고 무엇을 하려고 했는데 어떤 이유로 못했는지와 그 동안의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이 “회고” 시간이 필요하다. 벌써 2019년도 마무리가 되어간다. 작년보다 더 정신없이 달려온 올해. 내년엔 올해보다 더 멋지고 힘차게 출발하기 위해 필자의 한 해를 돌아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회고는 어떻게 하는게 가장 좋을까? 무작정 타임라인 기반으로 1월엔 뭐했고 2월엔 뭐했고… 이 방법이 틀린건 아니지만 타임라인 기반으로 정리를 한 뒤 키워드별로 다시 정리하는 방식이 가장 맞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무엇을 했고, 뭐가 좋았고 어떤건 아쉬웠고. 그래서 내년엔 어떻게 할 것이고. 각자의 회고 방식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회고를 하는 이유, 그리고 회고라는 목표 중에 공통점은 “뒤를 돌아보고, 앞을 보기위한 힘을 찾는것” 이 아닐까 싶다.
회사는 성장의 공간이 아닌것을 깨닳는 순간.
(이야기에 앞서 필자는 현재 서비스 개발자임을 밝힌다.)
내년이 되면 컴퓨터쟁이가 된지 벌써 8년차. 매년 성장의 그래프를 그려보면 작년까지만 해도 우상향이었다. (그래프의 기울기는 매년 달랐지만) 허나 올해는 기울기가 0 이거나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왜일까.
회사를 다니다 보면 아주 일반적으로 “시키는 일"을 하곤 한다. 주어진 업무를 정해진 기간 안에 스펙에 맞춰 개발하는. 아주 극단적으로 나쁘게 말하면 “도구"로 전락되어버릴 수도 있는 시간들. (개발자가 도구가 된다는 말은 너무나도 듣기 싫은 말중에 하나.) 흔히 말하는 CRUD(Create, Read, Update, Delete) 성의 개발 업무를 하곤 한다. 하지만 꼭 성과에 align(더 좋은 한국말을 찾고 싶은데…) 하는 일 말고도 허드렛일(일종의 서스테이닝?)을 할 경우도 있는데 그게 만약 재미없는 일이라면 어떨까?
필자는 그렇게 “시키는 일만 하며 재미없는 회사생활” 보다 “재미있게 개발하며 성장을 할 수 있는 회사생활” 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한 해를 지내온 것 같다. 즉, “시키는 일"이 아닌 “시키지도 않은 일"을 찾아서 해가며. 예컨대, 처음에 잡았던 서비스 구조가 사용자가 많아지고 요구사항이 많아짐에 따라 복잡하고 성능을 저해하는 상황을 발견하고 미리 구조개선을 통해 성능과 효율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다거나. 지난 외부 세미나에서 듣고 인사이트를 얻어 팀내에도 적용해본 배치 무중단 배포 기능. 팀 내 코드리뷰의 활성화와 수동으로 해야할 업무들을 메신저 봇을 활용하여 자동화 한다거나. 서비스 지표 대시보드를 만들어 한눈에 서비스 상황을 볼 수 있게 별도의 개발 페이지를 만들어 보는 등. 다양한 업무 내/외 적으로 일을 찾아가며 + 필자의 개인 시간을 할애해 가면서 정말 재미있게 보내온 것 같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성장 했는가?” 라는 질문이 있다면 “그렇게 하고있는것 같아서 신나게 해왔는데 돌아보니 막상 뭘했나 하는 느낌이 든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가지를 많이 하며 다양한 “경험"을 얻긴 했지만 실질적인 “성장"은 아쉽지만 부족한 한 해 였던것 같다.
회사가 원하는, 연차에 맞는 업무 역량과 개발 팀에서의 위치를 충족시키기엔 회사 안에서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이 들었다. (이 생각이 왜 이제서야 들었을까.) 오픈소스나 새로운 언어를 회사 밖에서 혼자서 공부 하던지 여러명이서 스터디를 통해 습득을 해야하고 토이프로젝트 또한 회사와 별도로 진행하며 개발 스킬을 늘려야 할것 같다. 그 이유는 회사에서의 성장이 결국 나의 성과로 잡힐 수는 없는데 괜시리 기대를 하게 되기도 하고 특히 서비스를 운영하는 팀에서는 요즘 핫 하다는 개발 방법론이나 솔루션을 도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일도 하면서 성장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금상첨화. 이를 찾는건 정말 어려운 일 같다.)
내년에는 좀더 회사 밖에서 새로운 지식도 쌓으려 노력하고, 외부 활동도 찾아가며 주니어도 시니어도 아닌 “매너리즘에 빠질 애매한 연차"를 슬기롭게 극복하려 노력해봐야 겠다.
개발 커리어 쌓기. 꾸준함이 정답!
작년보단 줄어들었지만 다양한 외부활동을 해왔다. 지금의 연차에 어울리진 않지만 한번도 제대로된 해커톤을 해보지 않아 GDG에서 주최했던 해커톤에 참여를 하며 마지막에 결과물에 대해 발표도 해보고, 필자의 토이프로젝트인 기술블로그 구독서비스 에 대한 일련의 개발 히스토리에 대해서 발표를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있었다. 또한 팀 분들께 글쓰기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고자 지난 포스팅 에 대한 내용을 간추려 발표를 하기도 하였다. (TMI : Deview 에서도 발표를 하려 지원을 했지만 아쉽게도 사내 탈락을 하고 ㅠ…) 발표는 글쓰기를 넘어 사람들 앞에서 라이브로 이야기하는 엄청난 활동인 것 같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이번엔 좀 준비를 잘해서 여유로운 발표를 해보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디벨롭 해야겠지?)
블로그 포스팅은 작년 수준으로 작성한 것 같다. 더 많이 쓰려고 했는데… 이점은 이 포스팅을 통해 반성을 해본다. “글또” 라는 모임에도 참여를 하며 적어도 2주에 글 하나는 써야지 했지만 올해 하반기에 개인적인 큰 이벤트도 있었고, 단순히 글 개수만을 채우기 위한 포스팅은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거봐, 또 변명일색. 정신차려 태태태!) 하루에 한시간, 아니 30분만 투자하면 조금이라도 작성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힘들어 했는지. 조금 더 신경써서 고퀄리티 기술블로그 포스팅을 해보려고 노력해야겠다. (왜 개발자가 바쁜데 글까지 써야하는 이유는 지난 포스팅을 참고)
운이 좋아 서평도 쓰게 되었다. 어떻게 필자를 알고 연락을 주셨는지 출판사에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이 와서 쓰게 되었다. 전문적인 기술서적은 아니었지만 프로그래머로써의 꼭 한번즈음은 읽어볼만한 책에 대한 서평이었다. 처음으로 서평을 써보게 되어서 상당히 재밌었고, 서점이나 인터넷 책 구매 사이트에 필자 이름이 있다는 것에 감동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가끔씩 책 쓸 생각이 있냐는 연락이 종종 오지만, 내가 그럴 능력이 될까 싶다가도. 한번즈음 도전해보고 싶은. 글쓰기는 필자 삶을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좋은 영역인것 같다.
필자의 토이프로젝트인 기술블로그 구독서비스 에 구독하는 사람이 어느덧 2,300여명을 넘어섰다. 어떻게 알고 다들 구독하시는지. 덕분에 메일 발송속도는 처음과는 현저하게 느려졌고 (사용자가 많아짐에 따라 구조개선을 해야하는건 당연한 이야기), 이제는 무언가 다른 기능을 추가해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현재는 장님 코끼리 만지듯 python + flask 로 개발되었는데 내년엔 java 기반으로 바꾸면서 성능개선 + 기타 다른 기능을 만들어 볼까 한다. 더불어 한달에 약 3만원가량 AWS 서버비용이 나가고 있는데 후원을 받는것도 한계가 있고. 비지니스 모델을 찾거나, 사용자가 만명을 넘어서도 비용없이 돌아가는 구조를 생각해 봐야겠다. (1년이면 약 3~40만원, 무시 못할 비용이다…후..후원좀…)
핑계와 타협이 많았던 올해. 내년엔 어떤 도전을 할까?
유독 올해는 작년, 제작년보다 필자 자신과 타협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너무 바빠서라는 부끄러운 핑계부터 시작하여, 밥먹듯 야근하며 일 열심히 했으니까 라는 말도 안되는 타협까지. 우선 건강부터 챙겨야 겠다. 컴퓨터쟁이의 고질병인 거북목과 라운드숄더. 몸짱까진 아니더라도 늙어서도 코딩을 하려면 지금부터 몸관리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회사 밖에서의 나를 찾아보고자 한다. 그에 토이프로젝트 2.0 도 출시해보고, 새로운 언어, 새로운 오픈소스도 공부해보며 기술블로그도 열심히 포스팅해야지.
작년에는 “Coder 가 아닌 Programmer 가 되고 싶다.” 며 그럴싸한 계획이 있었는데 돌이켜 보면 그렇게 지낸것 같다. 단순히 도구가 되는 개발자가 아니라 단순 반복적인 일이나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그속에서 성장 포인트를 찾으려 애를 쓰는. 이 부분은 내년에도 유지하는 것으로.
목표를 뚜렷하게 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내년엔 올해보다는 더 성장한 내가 되었으면 하고, 뒤 돌아봤을 때 부끄러움이 없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올해 회고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고생했다 태태태. 내년에도 잘 달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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