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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개발자로 괜찮은가 - '멘토링' 편

 이런저런 고생 끝에 원하는 회사에 취업을 해서 ‘주니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이제 막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경험이 부족해서 실수를 하거나 기대했던 업무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럴 때면 “주니어잖아~ 주니어니까 괜찮아~” 라는 말로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게 되지만. 쳇바퀴처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 어느새 경력이 생기게 되고 이제는 약간의 실수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시점이 되어버린다. 그러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발자’를 그만두게까지 되는 슬픈 현실은 주변을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을까? 혹은 어렵거나 힘든 시점이 올 때면 학창 시절에 나를 이끌어 주셨던 ‘선생님’같은 존재에게 기대며 다시 일어날 수는 없는 것일까?

 나름 괜찮은 조직의 경우 연차가 낮은 직원이 힘들어할 때면 그 직원이 적응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보다 연차가 높은 ‘지도선배’ 혹은 ‘멘토’를 할당해 주곤 한다. 그렇게 맺어진 관계가 잘 지속이 되면 위에서 말했던 ‘힘든 시점’에서 큰 도움이 되어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길 순 있지만 자칫 잘못되는 경우 ‘멘토’, ‘멘티’ 모두에게 부담이 되거나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시간들이 되어버리는 멘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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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성장하는 멘토링.
출처 : https://medium.com/@ashokbalasubramanian/career-development-mentorship-844797327703

 이번 포스팅에서는 개발자로써 ‘멘토링’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 작성해보고자 한다. 물론 틀린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필자가 실무 개발자로써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며 ‘멘토링’에 대해 꽤 중요하다 여겨왔던 순간들이 많았고, 직접 멘티 / 멘토의 경험도 해봤기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멘토링? 어떻게 시작 하는거야?

  멘토링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멘토링의 정의부터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겸비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1:1로 지도와 조언을 하는 행위라 나와있다. 더불어,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멘토(mentor)라고 하며 조력을 받는 사람을 멘티(mentee)라고 나와있다. 학창 시절로 돌아가 보면 선생님은 멘토, 학생들은 멘티의 역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회사에서 멘토, 멘티의 관계는 어떻게 맺을 수 있을까? 앞서 이야기했듯이 누군가(아마도 조직의 리더가) 멘토와 멘티 관계를 정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래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멘토링은 비단 도움을 ‘얻게 되는’ 멘티만 좋은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멘토에게도 상당히 좋은 활동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단편적으로 보면 멘토보단 멘티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데 더욱 ‘필요’로 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멘티가 멘토를 찾아 나서서 멘토링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천사 같은 선배가 멘토를 자처하고 멘토링을 해주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면 땡큐지만 대부분의 선배들은 자기 코가 석자다 하며 바쁘기에…

 그렇다면 멘티는 멘토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함께 일하는 선배 동료가 있다면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본다. 단, 무작정 “저의 멘토가 되어주세요.“라는 것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를 털어놓으며 조금씩 친분을 쌓아간다면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선배이기에 고민의 범위를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혹여 주변에 선배 동료가 없다면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찾는 것도 방법이다. 메신저를 통해 다가가거나 메일로 정중하게 고민을 요약해서 보내놓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응답이 오기 마련이다. (적어도 괜찮은 선배라면.)

 여기서 말하는 ‘선배’의 정의는 단순 나이가 많아서가 아닌 자신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이 멘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 멘토링을 해야할까?

  ‘경험’이 정말 중요하고 홍수같이 쏟아지는 신기술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우리 개발자들은 특히나 멘토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기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라 생각해 보자. 아주 일반적으로는 기능 개발에만 집중하다 보니 서비스 릴리즈시 검토해야 할 부분들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성능/부하 테스트, 로깅, 모니터링 등등 시간이 지나 상황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되지만 생각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되고 결국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더 깊게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그에 멘토링은 정말 좋은 도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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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은 나누면 절반!
출처 : https://m.blog.naver.com/zlzl2252/221399930115

 멘토링은 과연 멘티만 좋은 걸까? 필자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멘티보다 멘토가 더 많은 것을 얻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생긴다고 자부할 수 있다. 멘티일 때는 앞서 말한 것처럼 경험하지 못하거나 모르는 부분에 대해 보다 빠른 지름길을 안내받기 때문에 당연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대로 멘토의 경우 멘티에게 어떠한 문제에 대해 보다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 위해 깊게 고민하면서 다시 한번 검토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또한 정답을 냅다 알려주는 게 아니라 멘티가 스스로 정답을 찾을 수 있게 유도해 주는 방안으로 이야기해 주다 보면 결국 누군가의 성장을 돕게 되고 이러한 점들이 하나둘 연습이 되어 결국 한 조직의 리더로서의 역량을 만들어 가는데 첫 단추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멘토와 멘티. 서로 고민 해야 할 부분

  사전적 의미로 멘토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멘티는 그 조력을 받는 사람을 일컫는다. 어떤 인연이 되어 멘토-멘티 관계가 맺어졌다고 해보자. 그러면 멘토의 위치, 멘티의 위치에서는 각각 서로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어떤 점을 조심하며 멘토링을 이어나가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건강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멘티는 도움을 ‘요청’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요청하고자 하는 핵심을 간결하게 전달해야 하고 자신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는 멘토를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자세를 낮추기만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계약된 관계가 아니라면) 멘토는 멘티의 요청에 응답해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멘티가 멘토에게 먼저 다가가는 자세를 갖는다면 멘토 입장에서는 그런 멘티의 노력이 이뻐 보일 수밖에 없으니 하나를 물어보지만 열 가지를 알려주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피드백’을 받으려는 노력이다. ‘멘토님이 이렇게 해보라 해서 이렇게까지 해보았다’, ‘이렇게 해보았더니 이게 잘 안되더라’라는 식의 대화 속에서 혹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경우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멘토는 멘티가 나무에 열린 감을 먹고 싶어 할 경우 직접 감을 따서 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매번 감을 달라고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즉, 감을 직접 짜서 주는 게 아니라 감을 따는 방법에 대해 우회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해 주는 게 좋다. 또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기 전에 주먹구구식으로 알고 있던 지식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자세히 살펴보고 고민을 해보고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 보면 멘토와 멘티 모두 성장하는 선순환 문화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간혹 멘티의 물음은 너무 쉬우면서도 하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모두 개구리 올챙이 시절이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친절을 베풀어 멘토-멘티 관계가 어색히 지지 않도록 멘토로써도 주의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더불어 멘토링을 어색해하는 멘티를 위해 먼저 다가가서 조언을 해주는 방법도 꽤 괜찮은 방법 같다. 나쁘게 보면 ‘오지라퍼’, ‘라떼 is 홀드’ 가 될 수 있지만 그런 조언을 해주며 본인 또한 다시 다잡는 기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멘티가 쓸모없는 조언이라고 받아들이면 어쩔 수 없지만 멘토링은 멘토-멘티 모두 노력해야 하는 ‘관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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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필요가 되는 멘토링이 필요하다.
출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6613362

마치며

  사실 필자는 신입사원부터 이렇다 할 사수나 멘토가 없었고 정말 나 홀로 시간을 보내왔다. 그렇다 보니 ‘멘토링’에 대한 갈증이 누구보다 컸고 어느덧 중니어(?)가 되다 보니 멘토링을 하고 있지 않은 주니어 분들이 안타깝기만 했기에 이렇게 ‘멘토링’에 대한 글까지 쓰게 된 것 같다.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 혹은 누구에게 가르침을 부탁하며 배운다는 것은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좋은 관계인 것 같다.

 추가로, 필자가 멘토링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된 책을 공유하고자 한다. 프로그래머의 길, 멘토에게 묻다라는 책인데 이 책은 필자가 어떤 서비스를 혼자서 맡으며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같은 조직 선배 개발자분께서 ‘혼자서 애쓰지 마!‘라며 추천해 주셔서 읽게 되었다. 물론 선배, 멘토의 말이 모두 정답은 아니지만 생각의 범위를 늘려주는 데는 누군가의 조언만큼 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멘토링을 왜 해야 하는지, 왜 혼자가 아닌 누군가의 조언을 들으며 프로그래머로써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멘토, 멘티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개발 문화를 위해 혹시 멘토링을 하고 있지 않다면 이 기회에 멘토, 멘티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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